에어팟 애플의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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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폰 단자는 떠났다. 아이폰보다 훨씬 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3.5mm* 단자가 아이폰7·7플러스에서 자취를 감춰버렸다. 작은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완전히. 영원히.

* 3.5mm 커넥터 1964년 출시된 소니 EFM-117J 라디오에 처음 적용됐고, 1979년 소니 워크맨에 탑재되면서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인류는 수많은 기기에 달린 이 3.5mm 단자에 '딸깍' 하고 이어폰(또는 헤드폰)을 연결해왔다. 워크맨이 그랬고, CD플레이어가 그랬으며, 컴퓨터가 그랬다. 21세기 스마트폰의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음향을 재생하는 전자기기에는 예외 없이 이 작은 구멍이 있었다. 구멍 크기가 다른 단자까지 포함하면 이 역사는 19세기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정말이다. 1878년에 나왔던 6.35mm 단자가 그렇다.

그런 이어폰 단자가 사라진 아이폰은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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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 애플은 '선 없는 미래'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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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제시한 '대안'은 두 가지다. 라이트닝 어댑터를 사용하거나, 애플이 직접 개발한 에어팟(AirPod)을 쓰거나. (아이폰7·7플러스 패키지에 담겨있는 유선 이어폰인 '라이트닝 커넥터 이어팟'을 그냥 써도 되기는 하다.)

라이트닝 어댑터는 아이폰7·7플러스 패키지에 기본으로 포함된다. 기존 3.5mm 이어폰을 어댑터에 끼운 다음, 어댑터를 라이트닝 커넥터에 연결하면 된다. 맞다. 충전할 때 쓰는 그 단자다. 잃어버리거나 끊어졌을 경우에는 생각보다는 저렴하지만, 매우 저렴하지는 않은 1만2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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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디까지나 어댑터는 '과도기적' 보조품일 뿐이다. 애플은 "선이 없는 미래를 믿는다"고 강조했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무선 이어폰을 쓰게 될 거라는 얘기다. 케이블도, 어댑터 따위도 필요 없는, 그 어느 미래에 말이다.

에어팟은 그 미래를 살짝 맛보게 해주는 기기라고 할 수 있다. (5년, 10년 뒤에는 매우 낡아보이겠지만) 애플은 에어팟에 "매우 많은 기술들"이 포함됐다고 설명한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W1' 칩이 내장됐고, 듀얼 가속센서, 듀얼 옵티컬 센서가 탑재됐다. 한 쌍의 마이크와 안테나, 5시간 지속되는 배터리도 담겨 있다.

이 덕분에 번거로운 블루투스 페어링 과정이 필요 없어졌고, 두 번 가볍게 두드려 시리를 실행시킬 수 있게 됐으며, 귀에 꽂는 순간 음악이 재생되고 빼는 순간 음악이 멈추는 새로운 사용 경험이 가능해졌다. 빔포밍 마이크는 음성 감지 가속도계와 맞물려 대화 중일 때를 스스로 인식한 다음, 외부 소음을 걸러내 목소리만 또렷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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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 "아직 풀리지 않은, 많은 의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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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 생활에서 에어팟을 써보기 전까지는, 또 그렇다 하더라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그 답을 명확히 알 수 없는 수많은 질문들이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귀에 꽂고 달리기를 해도 떨어지지 않을? 

누가 옆에서 툭 치면 쉽게 빠지지는 않을까? (에어팟이 없는 경우) 충전을 하면서 동시에 음악을 듣지 못하니까 많이 불편하지 않을까?

한 쪽만 잃어버리거나 파손되면 어떻게 하지? (에어팟 왼쪽 삽니다) 연결은 안정적이고 믿을만 할까? 음질은?

더 근본적인 질문들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을 수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 뿐만 아니라 헤드폰을 만드는 모든 이들이 기본 3.5mm 단자 대신 무선으로 연결되는 약속된 미래로 갈아탈 수 있을 만큼 아이폰 7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지구상에서 이런 변화를 이끌어낼 힘과 영향력을 가진 회사는 아마도 애플이 유일할 것이고, 애플은 과거에도 이런 기술적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런 과거가 이번에도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또 만약 애플이 성공한다면, 3.5mm 단자가 사라지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호텔이나 자동차에서 볼 수 있는 특정 시기에 출시된 액세서리 중에는 아직도 오래된 30핀 케이블이 있다. 10년 뒤에도 우리는 어댑터를 찾게 될까? (아스테크니카 9월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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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는 철사 옷걸이로도 대신할 수 있을 만큼 하이파이(high fidelity)로 전송하는 게 간단하다. (라이트닝 커넥터처럼) 전원이 공급되는, 고대역 데이터 인터페이스는 (3.5mm 단자에 비해) 모든 걸 더 비싸고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단자를 없애는 것으로 아낄 수 있는 공간은 매우 작다.

데이터가 헤드폰으로 갈 필요는 없으며, 헤드폰이 데이터를 보낼 필요도 없다. 스피커는 1과 0으로 음파를 만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디지털-아날로그 변환은 이루어져야만 한다. 스피커에서 1mm 떨어진 곳에서 변환하든, 스마트폰에서 1m 떨어진 곳에서 하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음질에는 영향이 없다.

3.5mm 단자는 튼튼하고 익숙하며 안전하고, 충분히 입증됐다.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이 논쟁을 겪었다. 장점은 분명하다. 이건 믿을 수 있고, 전 세계에서 통용되며, 수많은 기기와 호환된다. 애플의 허락 없이도 말이다. (테크크런치 9월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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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용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필 쉴러 애플 부사장은 이어폰 단자를 없애기로 한 결정을 변호하며 "용기(courage)"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였다.


"어떤 사람들은 왜 아날로그 헤드폰 단자를 아이폰에서 없애냐고 묻습니다. (무선으로) 넘어가야 하는 이유는 한 단어로 말할 수 있습니다. '용기'죠. (무선으로) 넘어가고 우리 모두에게 좋은 새로운 무언가를 할 용기 말입니다."


"낡고, 한 가지 용도로 밖에 쓸 수 없는 아날로그 커넥터를 유지하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그 공간은 소중하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그 누구도 모바일 기기와 헤드폰 사이의 무선 오디오 경험을 선사함과 동시에 이걸 무언가 새롭고 훌륭한 것을 제공하는 기회로 활용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어느 누구도 그런 무선 경험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용하기 쉽게 만드는 일에 뛰어들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모바일 기기에 케이블로 우리를 묶어두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누군가 그 도전에 나서기 전에, 우리는 그걸 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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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테크니카가 지적한 것처럼, 지금까지 음향기기를 무선으로 연결하는 방법 중 널리 쓰이는 건 블루투스 하나 뿐이었다. 그는 블루투스의 'ㅂ'자도 꺼내지 않았지만, 이건 블루투스에 대한 비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블루투스에는 물론 적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때때로 연결은 불안정했고, 기기를 바꿔가며 페어링과 언페어링을 반복하는 작업은 꽤 귀찮았다. 애플이 에어팟을 공개하며 선보였던 "완전히 새로운" 기능 같은 것도 찾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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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팟도 기본적으로 블루투스를 지원한다. 그러나 '연결된다'는 것 말고 에어팟의 다른 기능은 애플 기기가 아닌 기기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앞에서도 잠깐 살펴봤던 것처럼 단자를 없애기로 한 애플의 결정에 대한 반응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건 CD 드라이브나 30핀 단자를 없애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문제다. 여기에는 어떤 기술적 변명도 있을 수 없다. 음악은 라이트닝 케이블에서 음질이 향상되지 않는다. 블루투스에서 음질이 더 좋아지는 것도 아니며, 애플이 에어팟에 썼다고 말하는 무선 기술에서도 아니다. 무선으로 전송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오디오 정보가 케이블로 전송된다.

분명히 말해두자. 유선은 거의 언제나 무선보다 음질이 더 좋다.

(중략)

쉴러가 한 말들 중 가장 터무니 없었던 것 중 두 번째? "단자를 유지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기기 내부) 공간은 매우 소중하기 때문이죠... 우리는 스테레오 스피커도 원하고 탭틱 엔진도 필요합니다."

오 정말? 아이폰을 꾸준히 사용해왔던 사람을 붙잡아 놓고 탭틱 엔진이 뭔지 아냐고 한 번 물어볼까? 만약 이게 정말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면, 여론조사라도 한 번 해보자. 아이폰 홈 버튼이 가끔 진동하는 걸 원하십니까, 아니면 지구상에서 만들어진 거의 모든 헤드폰을 간편하게 끼울 수 있는 걸 원하십니까? (매셔블 9월7일)


애플은 용기의 진짜 뜻이 뭔지 다시 한 번 떠올려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누군가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가장 먼저 반응해 자기 몸을 던진 사람. 그건 매우 용기 있는 행동이다. 오, 군복무 중인 남성과 여성을 잊으면 안 된다. 그들의 용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그들이 새 제품에 맞는 상표가 붙은 무선 오디오 스탠다드를 들고 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애플이 오늘 발표한 건 용기가 아니다. 이건 'C'로 시작하는 다른 단어다. 컨슈머리즘(consumerism). (엔가젯 9월7일)


이건 용기가 아니다. 애플은 용기있게 행동한 적이 있었다. 최소한 글로벌 기업이 어디까지 용기있게 행동할 수 있는 지 그 한계를 보여줬다. FBI에 맞섰던 방식은 애플의 용기(그리고 자사 이익)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동성결혼이나 다른 시민권 이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에 나선 것도 용기있는 행동이었다.

아이폰에서 헤드폰 단자를 없애는 건 용기있는 행동이 아니다. 이건 권력을 휘두르는 행동이다. (테크크런치 9월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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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7이 라이트닝-3.5mm 어댑터와 함께 배송된다는 사실은 애플의 "용기"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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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 어쨌거나, 미래는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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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우리는 이미 '선 없는 미래'로 가고 있다. 이제는 누구도 케이블로 아이폰을 컴퓨터와 연결하지 않는다. 노래를 다운로드 받아 케이블로 연결된 기기에 담는 수고를 감수하는 사람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노트북에 인터넷 케이블을 연결해서 쓰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우리는 이미 많은 것들을 무선으로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무선으로 하고, 앱도 무선으로 다운 받고, 노래도 스트리밍으로 듣는다. 사진 역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클라우드에 알아서 저장된다.


이어폰은 충전과 마찬가지로 상대적으로 늦게 '무선화'가 시작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애플이 '선 없는 미래'를 언급하며 "우리에게는 비전이 있다고" 말할 때, (불만은 많겠지만) 최소한 애플의 결정을 '무모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어폰 단자를 없애기로 한 결정이 꽤나 모험적인 시도라는 것 만큼은 분명하다. 그리고 어쩌면 이건 애플이기에 시도할 수 있는 모험인지도 모른다. 애플이 움직이면 수많은 액세서리 업체들은 물론, 관련 주요 업체들도 따라간다. 그동안의 역사가 증명한다. 이 분야에서 애플의 영향력은 독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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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 단자가 없어도 불편하지 않은, "모든 게 무선으로 연결되는" 그런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도래할 가능성도 있다.

그건 우리 모두가 기존의 이어폰을 버리고 애플의 에어팟을 쓸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에어팟에서 영감과 자극을 얻은 이어폰 제조사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뛰어나고 아름다운 무선 제품을 더 많이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에어팟이 아이폰과 연결하기 쉽고 애플의 설명대로 안정적인 연결을 보여준다면, 이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한 번 무선을 쓰기 시작하면 유선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이 새로운 형태의 헤드폰이 애플의 지원을 등에 업은 상황에서(159달러 가격표는 터무니 없는 정도는 아니다) 당신은 곧 수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그러나 선이 없는 흰색 이어폰을 끼고 있는 모습을 보게될 지도 모른다. (씨넷 9월7일)


애플은 블루투스 헤드폰을 연결하는 게 얼마나 쉬워야 하고, 또 어떻게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세웠다. 누군가가 그걸 따라한다면, 그리고 디자인이나 음질이 더 좋은 제품을 만든다면, 우리는 헤드폰 단자를 전혀 그리워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와이어드 9월7일)

5년 후, 10년 후에 우리는 오늘을 돌아보며 뭐라고 말하게 될까? 그 때쯤이면 우리는 아마도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출처 :허핑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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